암호화폐 ‘별도 자산군’ 편입… 연준, 장외파생 초기증거금 새 위험모형 제안
2026/02/13

연준이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 등을 장외파생상품 초기증거금 산정에서 기존 자산과 분리된 별도 자산군으로 취급하는 새 위험 가중 모형을 제안했다.

이는 암호화폐를 전면 배제하기보다 ‘관리 가능한 리스크 자산’으로 제도권 파생상품 규율 안에 편입하려는 미 금융당국의 방향 전환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별도 자산군’ 편입… 연준, 장외파생 초기증거금 새 위험모형 제안 / TokenPost.ai

암호화폐 ‘별도 자산군’ 편입… 연준, 장외파생 초기증거금 새 위험모형 제안 / TokenPost.ai

연준, 파생상품 시장서 암호화폐 ‘별도 자산군’으로 보겠다는 연구 제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장외파생상품 등 비청산(uncleared) 파생상품 거래의 초기증거금(IM·Initial Margin) 산정에서 암호화폐를 기존 자산과 분리된 ‘독립 자산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새 위험 가중 모형을 내놨다. 급격한 가격 변동성과 기존 위험 모델의 한계를 이유로, 비트코인(BTC)과 스테이블코인 등을 따로 분류해 새로운 리스크 프레임을 적용하자는 제안이다.

연준이 수요일 공개한 이번 스태프 워킹페이퍼에서 저자 안나 아미르자노바, 데이비드 린치, 애니 정은 현재 국제 파생상품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표준화 초기증거금 모델(SIMM·Standardized Initial Margin Model)’이 암호화폐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IMM은 이자율, 주식, 외환, 상품 등 전통 자산군별로 변동성과 상관관계를 측정해 증거금 수준을 정하는데, 암호화폐는 이 어느 범주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가지 않고 변동성도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비트코인(BTC), 바이낸스코인(BNB), 이더리움(ETH), 에이다(ADA), 도지코인(DOGE), 리플(XRP) 등 가격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플로팅(변동) 암호화폐’와,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처럼 ‘페깅(연동) 암호화폐’를 구분해 별도의 위험 가중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두 그룹을 각각 여섯 종목씩 묶어 만든 벤치마크 지수를 통해 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행동 패턴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하게 ‘보정(calibrated)’된 위험 가중치를 산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에 사용된 벤치마크 지수는 6개 플로팅 코인과 6개 스테이블코인으로 구성되며, 두 그룹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했다. 저자들은 이 지수가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흐름과 리스크 특성을 대변하는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이후 이 지수의 성과와 변동성, 스트레스 구간에서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활용하면, 현재보다 훨씬 현실에 근접한 초기증거금 요건을 산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초기증거금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핵심적인 안전장치다. 장외파생상품처럼 중앙청산소를 거치지 않는 거래의 경우, 거래 상대방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포지션을 열 때 충분한 담보를 미리 쌓아두는 것이 필수다. 특히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청산 위험이 높고, 그만큼 더 많은 담보를 요구받는 구조다. 연준 연구진의 이번 모델 제안은 이 같은 특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해, 은행과 대형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관련 파생상품을 다룰 때 필요로 하는 규제·리스크 관리의 기준점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연준이 암호화폐를 ‘고위험·별도 자산군’으로 다루자는 방향을 명시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시장 성숙을 인정하는 조짐으로도 읽힌다. 기존에는 암호화폐가 규제 틀 바깥에서 예외적으로 다뤄지거나, 아예 금융시스템과 분리된 영역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리스크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여 제도권 파생상품 규율 아래 놓겠다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연준, 은행의 크립토 진입 장벽도 완화 중

이번 워킹페이퍼는 최근 연준이 보여온 규제 기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2023년에 처음 제시했던 ‘미국 은행의 암호화폐 관련 활동을 제한하는’ 기존 지침을 사실상 뒤집었다. 당시 지침은 “연준 감독 대상의 예금보험 미적용·적용 은행 모두, 크립토자산 관련 활동을 포함한 새로운 은행 활동에 동일한 한도가 적용된다”고 명시해 은행권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에 상당한 제약을 뒀다.

그러나 이후 연준은 암호화폐 기업에게 이른바 ‘슬림(skinny) 마스터 계정’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마스터 계정은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에 직접 접속하는 은행 계좌로, 슬림 계정은 완전한 마스터 계정보다 권한은 적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 직접 결제·정산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다. 암호화폐 기업이 이러한 계정에 접근한다는 것은, 곧 달러 결제 인프라와 보다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의미여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

연준의 이번 연구는 당장 규제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미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를 전면 배제하는 대신 ‘관리 가능한 리스크 자산’으로 편입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증거금 모델에서 암호화폐를 독립 자산군으로 규정할 경우, 향후 장외파생상품, 마진 거래,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등 다양한 상품에서 암호화폐가 더 넓게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위험 가중치가 높게 책정될 경우, 금융기관의 비용 부담이 커져 상품 공급이 제한될 여지도 있다.

홍콩이 이미 암호화폐 마진 거래와 영구선물 거래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며 제도권 편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이 같은 연구는 글로벌 규제 경쟁 구도에서도 의미가 크다. 결국 암호화폐를 어떻게 분류하고 어느 수준의 리스크를 인정할지가 각국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연준 주도의 리스크 모델 정교화에 나선 만큼, 향후 유럽과 아시아 규제 당국도 유사한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워킹페이퍼는 투자 조언을 제공하지 않으며, 암호화폐가 여전히 높은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을 지닌 자산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연준이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의 ‘리스크 언어’로 옮겨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생상품 시장 구조와 은행권 진입 전략에 중장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독자들은 향후 연준과 다른 규제 기관의 후속 조치, 그리고 실제 은행·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양상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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